재현님과 함께한 5년, 두 번의 창업 이야기(1)
5년 동안 두 번의 창업을 함께해 온 재현님과의 인연, 그리고 우리가 함께 걸어온 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2025년 10월 11일
안녕하세요, devify 대표 이준구입니다.
오늘은 devify 팀원들과 함께하게 된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5년 동안 두 번의 창업을 함께해 온 재현님을 시작으로,
한 분 한 분 어떻게 인연을 맺고 함께하게 되었는지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우연한 만남
재현님을 처음 만난 건 실버라이닝이라는 스타트업에서였습니다.
대표님과 재현님, 그리고 저, 세 사람이 만나기로 한 자리였습니다. 면접이라고 하기엔 애매한, 그런 자리였죠.
그런데 정작 대표님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연락도 닿지 않았습니다. 재현님이 곤란해하던 표정이 아직도 선합니다.
어쩔 수 없이 재현님과 둘이서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재현님은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가며 면접 질문을 준비해왔더군요. 그런 재현님의 모습에서 저는 열정을 느꼈습니다.
개발에 관심이 많았던 우리는 시간 가는 줄 모른 채 금세 이야기에 빠져들었고, 저는 집에서 직접 조립한 서버 PC로 운영하는 클러스터를 보여주면서 인프라와 서비스 개발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쿠버네티스로 운영하는 서비스, Node.js 프로젝트의 구조들을요.
3시간 즈음 지났을까요. 마루180 수면실에서 자고 있던 대표님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저는 오히려 그게 좋았습니다. 그렇게 늦게까지 일하는 사람이라는 게요. 그리고 시니어 도보 배송 서비스라는 비즈니스 모델의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실버라이닝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밤 11시, 마루360에서 강남역까지
재현님과 제가 처음 같이 개발한 서비스는 "할배달"입니다.
할배달은 시니어 근거리 도보 배달 서비스였습니다.
서비스는 관리자 웹, 시니어 배송원 앱, 가게 주문 접수 프로그램, 데이터 저장과 알림을 보내주는 서버로 구성되어있었죠.
둘이 4개의 프로그램을 개발하느라 매일 밤 11시에 함께 퇴근했습니다.
강남역까지 걸어가며 회사 이야기, 개발 이야기를 나누던 그 시간이 우리가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재현님은 당시 웹 개발 자체가 처음이었죠.
수많은 책과 강의로 성실히 학습했고, 무엇보다 맡은 일에 대한 책임감이 남달랐습니다.
한번은 실수로 가게 포스 프로그램 설정이 잘못된 적이 있었습니다.
저녁에 문제를 발견한 재현님은 다음날 가게 오픈 시간에 맞춰, 새벽부터 2시간 넘는 거리를 달려가 모든 가게에 프로그램을 재설치했습니다.
저는 재현님의 그런 책임감이 좋았습니다.
피봇, 그리고 옹고잉
내이루리 주식회사
시니어 도보 배송 서비스는 시간 대비 배송 건수가 작아 배송원 분들이 많은 수익을 내지 못했고, 결국 확장의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우리는 피봇을 결정했습니다.
차량을 활용한 시니어 정기배송 서비스 '옹고잉'을 출시했고, 2년간 정규직 시니어 배송원 87명을 채용할 만큼 성장했습니다.
프로그램의 사용자는 IT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은 60세 이상의 시니어 배송원들이었습니다.
정확한 배송 정보를 직관적으로 전달해야 했기에, 기존 디자인 라이브러리를 쓰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모든 컴포넌트를 처음부터 개발해야 했기에 프론트엔드 업무량이 많았습니다.
또, 복잡한 도메인의 서비스를 개발하다 보니 설계를 자주 수정해야 했습니다.
변경 사항을 설명할 때마다 재현님은 항상 "왜 그렇게 해야 하나요?"라고 물었습니다.
이유를 설명하면, 프론트엔드 작업이 더 늘어나더라도 흔쾌히 함께 작업했습니다.
제품 출시 일정 또한 빠듯했습니다.
재현님은 관리자 웹과 배송원 앱을 모두 담당했고, 개발 속도를 유지하느라, 점점 힘들어 보였습니다.
한 달의 합숙
저는 그 상황을 보며 재현님을 돕고 싶었습니다.
재현님을 집으로 불러 한 달 넘게 합숙하며 프론트엔드 전체 코드를 리팩토링했습니다.
왜 이렇게 구현하는지, 어떤 원칙으로 설계하는지 하나하나 설명했습니다.
함께 술을 마시던 어느 날 저녁, 재현님이 울먹였습니다.
"형, 저 진짜 잘하고 싶어요."
그동안의 재현님이 생각나며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재현님은 새벽 1시, 2시까지 함께 개발한 후에도, 혼자 그날 배운 내용을 복습하고 잠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은 저보다 먼저 일어나 있었습니다.
함께 있는 내내 그랬습니다.
이별
시간이 지나며 회사는 87명의 정규직 배송원을 채용할 만큼 성장했습니다.
한편, 재현님은 점점 지쳐간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매일 쏟아지는 업무를 처리하느라 정작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 잊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매일 자는 시간 빼고 개발해도 계속 새로운 기능이 필요하고, 그 기능을 빠르게 만들어야만 했고,
그렇게 개발을 해도 비즈니스 지표는 크게 바뀌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사업이 아니었으니까요.
사용자 반응을 직접 보는 것도 점점 어려워진다고 했습니다.
재현님은 문득 예전에 붕어빵을 팔던 때를 떠올렸다고 했습니다.
손님이 맛있다고 하면 바로 알 수 있었고,
더 맛있게 만들면 바로 다음 손님에게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던 그때가 좋았다고 했습니다.
저는 재현님의 본가인 삼척까지 함께 갔습니다.
조금만 더 버텨보자고 설득하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재현님은 확고했습니다.
일에 대한 책임감만 있을 뿐, 즐거움은 찾을 수 없다며,
결국 퇴사를 결정했습니다.
얼마 후, 이사한 지 얼마 안 된 신림동 옥탑방으로 재현님이 찾아왔습니다.
옥상에 올라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다음에 창업하면 지금 당장 팔 수 있는 걸 만들고 싶어요. 예전에 붕어빵을 팔아본 적이 있는데, 바로바로 결과를 보는 게 좋았어요."
재현님이 또 말했습니다.
"형한테 합숙까지 하면서 많이 배웠는데, 나간다고 하기가 정말 미안했어요."
그의 마음이 이해됐습니다.
"그럼 우리 같이 그런 거 만들어보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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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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